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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책의 세 가지 유형

샬롯 메이슨의 교육법에서 핵심이 되는 도구는 살아있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듯 살아있는 책을 통한 정신적 식사를 함으로써 전인적으로 성장합니다. 샬롯 메이슨 원저 시리즈를 읽으며, 살아있는 책의 개념 및 특징은 공유하지만 그 용도에 따라 고민해야 할 지점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살아있는 책의 사용 목적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살아있는 책의 특징에 대해서는 Sonya Shaffer의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살아있는 책이란 무엇일까? (charlottemasonkorea.com)

첫 번째 유형은 내레이션 수업을 위한 살아있는 책입니다.

샬롯 메이슨은 다양한 과목의 최고의 책으로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종교, 인문학, 과학, 예술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각각의 짧은 학습시간 동안 절대적인 양의 독서를 포함하는 풍부한 교과 과정을 가져야 한다. 교육철학(개정판), p.53

내레이션을 위해 살아있는 책을 선택할 때에는 그저 흥미 있는 좋은 책이 아니라 가능한 다양한 각 과목의 최고의 책들을 엄선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타고난 지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하고, 지성에 도전이 되는 책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선택된 책은 수업으로 다루며 2-3년의 과정으로 읽어가기도 합니다. 또한 정한 분량을 한 번의 기회 안에 듣거나 읽고 내레이션, 즉 다시 말하기를 요구 받는다는 도덕적 통제를 받게 됩니다. 적극적인 앎의 행위가 없이는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과목에 해당하는 최고의 책을 선택했다면, 무게를 두어야 할 부분은 얼마 만큼의 분량을 제공해 내레이션을 요청할 것인지, 각 내레이션을 요청하는 수업을 어떻게 구성하여 지식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내레이션을 위한 살아있는 책의 경우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뿐 아니라 집중하고, 스스로를 가르치는 정신적인 습관도 기르게 됩니다

두 번째 유형은 가족이 함께 읽는 책입니다.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진실하고, 숭고하며, 바르고, 아름다운 생각, 또 그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감상하고 즐길 줄 아는 지적 문화를 공유하는 일입니다.

우선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책과 친숙하게 하여 삶의 매 시간 즐거움을 더해 주는 통로를 열어주고, 책의 주제와 상관없이 문학적 가치만으로도 읽고 새길 가치가 있는 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이 유형의 책은 살아있는 책의 특징을 충족하되 가능한 재미있고, 신나고, 흥미로운 것이 좋으며, 너무 심오한 내용은 피해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 읽는 살아있는 책은 어떤 내용이어야 하는지 샬롯 메이슨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매력적이고 예술적인 세부묘사, 명확하지만 섬세하게 표현된 숭고한 도덕적 충동, 진실된 인간의 애정, 어린이와 자연 세계 간의 감미롭고 상상이 넘치는 관계, 해학, 비극, 악의가 담기지 않은 선의의 풍자, 마지막으로 아이를 자극하거나 아이의 자의식을 깨우지 않는 이야기가 좋다. 성품 훈련 p.217

함께 문학책을 공유하며 쌓았던 행복하고 따뜻한 경험들은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게 할 뿐 아니라 배움의 여정을 가족과 공유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 살아있는 책을 읽을 경우 책을 읽어 주는 시간, 함께 지적 문화를 공유하는 시간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애쓰며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지점이라 생각됩니다.

세 번째 유형은 아이가 자유롭게 하는 독서입니다.

샬롯 메이슨은 가벼운 종류의 책을 읽다 보면 지성에 도전이 되는 책을 시도해 볼 시간은 줄어들고 결국 지식을 이해하고 소화할 능력을 발달 시키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다독이 미덕이 되는 우리 사회의 개념과는 조금 대치되는 다음 문장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이 대여섯 살이 될 때까지는 모든 책을 다 치워버리고 책을 읽어주지도 말라. 아이들 앞에 퍼레이드를 벌이듯 끊임없이 밀려 들며 변화하는 이야기 책과 장면들은 정신적, 영적 탐닉과 같다. 성품 훈련 p.218

진정한 문학적 가치가 없는 책은 한 권도 허용하지 말라. 아이들이 훌륭한 책, 아주 뛰어난 소수의 책을 몇 권 가지고 반복해서 읽는 건 괜찮지만 아무 지적인 노력 없이도 읽을 수 있는 책을 계속 읽게 해서는 안 된다. 성품 훈련 p.216

그러한 독서가 만지고, 경험하고, 뜯어보고 맛보는 어린 아이들의 본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아이가 뿌리내릴 어떤 토양도 제공하지 않으며 자신이 받아들인 내용을 생각해볼 여유도 남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자유롭게 하는 독서의 경우 분위기, 즉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샬롯 메이슨 교육 관련 해외 사례를 보면 살아있는 책이 구비된 도서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이 오랜 시간 쌓인 살아있는 책들을 대여하거나 자유롭게 읽기 위한 공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재미 위주 또는 교훈이 담긴 시시한 이야기, 쓸모 없는 소설, 일반 문학에서 역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에 관한 평범한 수준의 글, 자료 모음, 혹은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인물들의 약력 요약본이 가득한 서점과 도서관이 안전한 정신의 식당으로 볼 수 있을까요?

모든 환경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정에서 구비하고 있는 책들이 아이의 안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책을 다독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정신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가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살아있는 책이 구비된 도서관이나 공간 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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